(천안=뉴스충청인) 김수환 기자 = 천안시가 오랜 세월 전국적인 인지도를 쌓아온 브랜드 가치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대전시가 ‘성심당’을 앞세워 ‘빵의 도시’를 공식 슬로건으로 내걸고 전방위 마케팅에 나선 가운데, 천안시는 정체성 관리와 홍보 전략에서 한발 뒤처졌다는 평가다.
천안시의 호두과자는 1930년대부터 전통과 기술을 이어오며,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가장 널리 팔리는 지역 특산물로 자리 잡았다. 천안시를 대표하는 명물이자 지역 경제의 자산이었고, ‘빵의 도시’라는 상징도 이 기반 위에서 형성됐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 상징은 천안이 아닌 대전과 더 자주 연결되고 있다.
대전시는 ‘성심당’이라는 전국구 베이커리를 거점 삼아 ▲지역 빵지도 제작 ▲빵축제 개최 ▲청년 베이커리 창업 지원 ▲로컬 브랜드 관광상품화 등 빵을 매개로 한 도시 정체성 전략을 정교하게 구축했다. ‘빵의 도시 대전’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브랜드 캠페인은 전국 소비자와 관광객에게 빠르게 각인되며 성공적인 도시 마케팅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반면 천안시는 여전히 호두과자에만 머물러 있다. 원조성과 제조 기반, 명인들의 기술력은 여전히 건재하지만, 이를 현대적 감각의 문화·관광 콘텐츠로 확장하려는 시도는 부족했다. 축제 기획, 로컬 베이커리 육성, 청년 창업 연계 등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의 정체성은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정책과 콘텐츠, 산업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비로소 브랜드로 정착된다”며 “천안이 ‘빵의 도시’라는 상징을 다시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천안형 빵축제, 지역 베이커리와의 협업, 호두과자의 스토리텔링 강화, 브랜드 자산의 관광자원화 등 다각도의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특히 ‘호두과자의 도시’라는 자부심을 전통에만 머무르게 해선 안 된다. 시대의 감각을 입히고, 새로운 소비자 경험으로 확장할 수 있어야만 브랜드는 살아남는다.
지금 천안은 중요한 결정의 갈림길에 서 있다. ‘빵의 도시’라는 이름을 되찾을 것인가, 아니면 다른 도시에 넘겨줄 것인가. 브랜드는 외치는 자의 것이 아니라, 길러내는 자의 것이다. 지금 천안이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 도시의 다음 10년이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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