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포=뉴스충청인) 김수환 기자 = 김치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생각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섞음’이다. 배추와 무, 고추와 마늘, 젓갈과 다양한 양념이 서로 만나고 어우러지며 긴 시간 발효를 거쳐 하나의 맛을 완성한다. 각각의 재료는 제각기 향도 다르고 성질도 다르지만, 섞임의 과정을 지나면 김치 고유의 깊은 맛이 탄생한다. 그래서 김치를 두고 흔히 ‘섞음의 미학’이라 부른다.
이 ‘섞음의 미학’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에 닿는다. 김치가 해내는 이 놀라운 조화처럼, 우리 사회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섞여 하나가 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지금의 현실은 그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갈등은 갈수록 깊어지고, 서로의 다름은 존중이 아닌 분열의 근거가 된다. 정치·세대·지역을 둘러싼 대립은 이미 익숙한 풍경이 되었고, 일상의 작은 의견 차이마저 큰 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흔하다. 섞임은커녕 서로를 멀리하고 경계하는 분위기가 더 짙어지고 있다.
김치는 우리에게 다른 길이 있음을 조용히 일깨운다. 서로 다른 것을 섞는다고 해서 본성을 잃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풍성해지고 강해진다. 각 재료가 가진 고유한 맛이 잘 살아 있으면서도, 그것이 조화를 이루며 전혀 다른 깊이를 만들어 내는 것. 이것이 김치가 보여주는 섞임의 철학이다.
우리 사회도 이 철학을 배워야 한다. 다름을 이유로 배척하거나, 생각의 차이를 적대감으로 바꾸는 순간 공동체는 흔들린다. 김치는 재료가 다르기 때문에 더 맛있고, 서로 섞여야만 완성된다.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고 서로의 차이가 인정되어야 비로소 건강한 공동체가 된다.
김치의 역사가 짧다고 하지만, 그 안에는 수백 년의 삶의 지혜가 녹아 있다. 발효는 빠르게 이뤄지지 않는다. 시간이 필요하고 인내가 필요하다. 좋은 맛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다림이 필수다. 우리 사회의 ‘섞임’ 역시 마찬가지다.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쌓여야만 비로소 조화가 찾아온다.
‘섞음의 미학’을 실천하는 김치처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연스럽게 섞이며 다툼을 내려놓는 날이 오면 좋겠다. 그날은 그냥 저절로 오지 않는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갈등을 피하기보다 해결하려는 성숙한 태도가 축적될 때 서서히 찾아올 것이다.
김치는 혼자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서로 다른 재료가 만나고 함께 발효되어야 완성된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섞임의 가치를 되새기며, 김치가 보여주는 조화의 지혜를 우리의 공동체에 적용해 본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따뜻하고 단단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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