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뉴스충청인) 김수환 기자 = 도시의 품격은 눈에 띄는 건물의 높이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시민의 하루가 얼마나 풍요롭게 채워지는지, 그 밀도에서 드러난다. 출근과 퇴근 사이의 짧은 틈, 주말에 찍히는 작은 쉼표 속에 문화와 휴식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도시. 천안시가 그리는 고품격 문화도시는 바로 이런 일상의 풍경에 가깝다.
천안이 K컬처와 K베이커리를 앞세워 3대 축제 200만 관람객 시대를 선언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K컬처박람회와 흥타령춤축제, 빵빵데이는 이제 지역 행사를 넘어 도시를 설명하는 얼굴이 됐다. 축제는 순간의 열기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방향이 분명할 때, 축제는 도시의 브랜드를 키우고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자산으로 축적된다. 관건은 숫자가 아니다. 축제가 남긴 경험이 시민의 일상 속으로 얼마나 깊이 스며드는가다.
문화 인프라 확충은 도시의 체질을 바꾸는 일이다. 성성아트센터와 서북구문화원, 신부문화회관 복합 조성은 단순히 공연장과 전시 공간을 늘리는 사업이 아니다. 문화가 선택이 아닌 습관이 되도록 만드는 토대다. 문화시설이 일부의 전유물이 아니라, 집 근처에서 누구나 편하게 드나드는 공간이 될 때 도시의 온도는 달라진다.
체육 인프라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동서남북 권역별로 균형 있게 조성되는 스포츠센터와 다목적체육관은 건강 정책이자 생활 복지다. 멀리 이동하지 않아도,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은 시민의 삶의 질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끌어올린다.
삼거리공원 재개장과 도심숲, 수변 공간 정비는 천안이 선택한 또 하나의 방향이다. 봉서산과 성성호수공원 같은 공간이 일상의 힐링 충전소가 될 때, 도시는 비로소 숨을 쉰다. 잘 가꿔진 공원은 관광 자원이기 전에, 시민의 마음을 지탱하는 생활 인프라다.
고품격 문화도시는 문화와 체육, 자연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비로소 가능하다. 천안이 그 연결의 고리를 하나씩 채워가고 있다면, 이제 남은 과제는 지속성과 진정성이다. 시민이 몸으로 느끼는 변화, 그리고 오래 유지되는 문화의 힘. 이 두 가지를 함께 지켜낼 때, 천안의 다음 장면은 지금보다 한층 더 깊어질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충청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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