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밀도파는 특정 양자물질을 매우 낮은 온도로 냉각할 때 전자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되며 나타나는 줄무늬 형태의 전자 질서다. 이러한 전자 질서는 초전도 현상과 깊이 연결돼 있으며 차세대 양자기술의 핵심 기반으로 꼽힌다.
초전도 상태는 에너지 손실 없이 전류가 흐르는 특수한 상태로 극저온 환경에서만 나타난다. 이 상태에서는 전자들이 둘씩 짝을 이뤄 움직이며 MRI 장비와 자기부상열차 등 다양한 기술에 이미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극저온에서 전자들이 만들어 내는 전하밀도파가 어떻게 생기고 사라지는지는 그동안 직접 관측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액체헬륨으로 냉각한 특수 전자현미경과 사차원 주사투과전자현미경을 활용해 극저온 환경에서 전자 배열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이는 물이 얼며 결정이 자라는 과정을 초고배율로 촬영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영하 이백오십삼 도 환경에서 전자들의 움직임을 포착한 것이다.
관측 결과 전하밀도파는 물질 전체에 균일하게 형성되지 않았다. 일부 영역에서는 선명한 전자 무늬가 나타났지만 인접한 영역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는 물질 내부의 미세한 변형이 전자 질서 형성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주 작은 압력이나 뒤틀림만으로도 전자 무늬가 방해받는 현상이 확인됐다.
또 일부 영역에서는 온도가 상승해도 전하밀도파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는 현상도 관찰됐다. 이는 고립된 양자 질서가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도 유지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로 기존 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발견이다.
연구팀은 전하밀도파를 이루는 전자들이 서로 얼마나 멀리까지 영향을 주는지도 세계 최초로 정량화했다. 이를 통해 전자 질서가 어떻게 연결되고 유지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분석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전하밀도파와 초전도 상태는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상호 보완하는 관계로 알려져 있다. 이번 성과는 고온 초전도체 연구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며 전자 질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조건을 파악해 초전도 성능이 뛰어난 재료 설계로 이어질 가능성을 넓혔다.
연구를 주도한 양용수 교수는 “그동안 이론과 간접 측정에 의존했던 극저온 전자 질서 변화를 이제는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며 “양자물질의 숨겨진 질서를 밝혀 미래 양자기술 재료 개발을 가속할 중요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충청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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