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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먹는 즐거움, 맡는 기쁨.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후각 및 미각 장애

건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종엽 교수

충청인 | 기사입력 2016/06/09 [19:33]

[건강칼럼] 먹는 즐거움, 맡는 기쁨.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후각 및 미각 장애

건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종엽 교수

충청인 | 입력 : 2016/06/09 [19:33]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대세는 먹방, 쿡방이다. 프로그램의 출연진들은 음식을 만들며, 냄새를 맡고, 직접 먹는 모습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식욕을 돋운다. 인간의 욕망 중 먹는 즐거움 만한 게 또 있을까. 또, 개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갓 구워져 나온 빵 냄새나, 커피 향을 맡으면 기분이 행복해지는 느낌을 누구나 한번은 경험했을 것이다. 맛과 향은 결국 즐거움, 추억, 그리고 기억으로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사람은 후각, 미각, 청각, 시각, 촉각 등의 5가지 감각을 가지고 있는데, 다른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고 의사소통을 하는 측면에서는 청각과 시각이 중요한 반면, 후각과 미각은 개인의 삶의 질과 관련이 되어 있기에 또한 중요하다. 사람의 후각 능력은 약 10,000개의 냄새를 구별하고, 기억할 수 있으며, 후각이나 미각과 같은 화학 감각을 이용하여 생활 주변의 음식물, 위해가스, 오염물질, 향기 등과 같은 다양한 화학적 감각을 감지하고 인식하기에 이들을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고 해도 무리가 아닐 듯싶다.

사람의 코에서 후각신경상피는 콧구멍 상부의 후열이라는 곳에 위치한다.

이곳에 후각신경계의 수용체 신경세포가 비강을 통해 들어오는 외부 공기와 직접적으로 접촉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여러 가지 유해 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적인 위치로 인해서 후각신경세포는 쉽게 손상이 될 수 있으며, 후각신경상피에서는 일생 동안 신경재생이 일어나는 특징이 있다. 후각 장애의 원인으로는 크게 축농증(비부비동염), 종양, 상기도 감염, 두부 외상,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 등으로 나눈다. 후각은 미각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실제로 맛을 잘 느끼지 못할 경우 그 원인이 후각 장애인 경우가 많고, 식욕을 돋우거나 감퇴시키는 등 소화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음식의 맛있는 냄새가 입안에 침을 분비하게 하고, 위액을 분비시켜 미리 소화 준비를 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사람에서 냄새를 주관하는 후각신경계와 기억에 관계하는 뇌의 영역이 가깝게 위치하고 있어서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뇌신경질환이 있을 경우 냄새를 구별하지 못하는 증상이 다른 증상보다 먼저 나타난다. 이러한 사실에 착안하여 최근 후각상피로 치매를 조기에 알아낼 수 있는 진단법이 개발되었다. 코 상피 세포 내 특정 물질이 치매 전단계는 정상인에 비해 7.8배, 치매환자들은 41.5배로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평소 냄새를 잘 맡는 사람이 특별한 이유 없이 냄새를 못 맡는다면 혹시 뇌신경계 질환의 첫 신호 일 수 있으니 전문의의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하겠다.

혀의 유두에는 미뢰라는 미각 수용체가 있어 유두의 개수가 많을수록 맛을 민감하게 느낄 수 있다.

음식물이 혀에 닿으면 그 맛을 미뢰-미각수용체-미세포의 자극이 뇌로 이어져 단맛, 쓴맛, 신맛, 짠맛,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미각의 소실은 건강과 연결되기에 중요하다. 살찐 사람은 단맛에 둔감해 설탕 과다 섭취로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크고, 짠맛에 둔감하면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게 되어 고혈압, 동맥경화, 울혈성 심부전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각 기능이 떨어지는 원인은 다양한데, 만성질환으로 약을 오래 복용했거나, 축농증(비부비동염), 바이러스 감염, 교통사고, 추락으로 인한 두부 외상 등으로 후각기능이 저하된 경우, 구강 건조증,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나 당뇨와 같은 내분비계의 장애, 악성 종양, 아연, 엽산 등의 필수 영양소 부족이 있으면 맛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게 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원인이 한 가지만 있었던 경우보다 두 가지 이상이 있었던 경우가 더 많았으며, 후각 장애, 약물 복용, 아연부족, 수술로 인한 신경손상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나이가 들면 자연적인 현상으로 유두의 숫자와 기능이 50% 이상 줄어들고, 특히 단맛과 짠맛을 담당하는 미뢰 숫자가 감소해 음식이 쓴맛으로 느껴진다. 노년의 후각과 미각 기능의 저하는 침샘분비, 위나 췌장 등의 소화액 분비 등의 기능을 감소 시켜 식욕부진을 일으키기도 한다. 남성보다 여성이 맛을 더 민감하게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무래도 남성이 흡연자가 많고, 구강 청결 상태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과거에는 후각 혹은 미각 장애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나, 전반적인 생활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후각 장애를 질병으로 인식하고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먹는 즐거움을 잃어 우울감을 느끼는 경우를 비롯하여 미각의 장애로 인해 상한 음식을 먹고 위장장애가 발생한 경우, 후각의 소실로 인해 밥 타는 냄새를 놓치고, 국의 간을 맞추기 힘든 주부, 당장 위급한 화재 상황이 발생해도 냄새를 맡지 못해서 화재 경보기가 울리지 않는 한 위험을 감지하기 어려운 사람 등이 병원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경우이다. 감기와 같은 흔한 원인에 의해서도 이러한 결과를 초래 할 수 있으므로 후각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될 일이다.

후각 및 미각 장애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자세한 병력 청취가 필수이며, 미각 장애의 정도와 위치를 측정하기 위해 전기미각역치 및 화학미각역치 검사를, 후각장애의 경우, 후각역치, 인지, 분별검사, 내시경 검사와 영상 검사를 시행하여야 한다. 치료는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여 그에 맞는 치료를 시행하여야 하는 것인데, 기능이 떨어지고 치료를 시작하기 까지의 기간이 치료반응 및 예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능한 조기에 병원을 방문하여 전문의와 상의 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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