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충청인) 대전시의회가 시민의 예산을 심의하는 중대한 시점에 일부 의원들의 해외 출장으로 심의 일정이 축소돼 시민들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시민의 세금으로 떠나는 출장과 시민의 삶을 좌우할 예산 심사, 무엇이 더 중요한가. 책임과 신뢰를 요구하는 시민의 목소리에, 이제 의회가 응답할 차례다.
의회는 단지 정책을 논의하는 공간이 아니다. 시민의 삶을 지키고 개선하는 최전선이며, 예산과 정책, 행정을 감시하고 조정하는 헌법적 책무가 실현되는 현장이다. 행정의 균형추이자 시민의 마지막 방파제로서, 언제나 시민과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
제288회 임시회는 이러한 의회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이번 회기에서는 대전시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약 3천억 원과 대전시교육청 추경 1천억 원 등 총 4천억 원 규모의 예산이 심의 대상이다. 복지, 교육, 지역경제 등 시민의 삶에 직결되는 막대한 재원을 어디에,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결정하는 매우 중대한 시간이다.
그러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일정은 당초 계획보다 하루 줄어들었다. 위원장을 포함한 일부 위원이 해외 공무출장을 떠나면서, 3일간 예정됐던 회의는 이틀로 축소됐고 해당 의원들은 단 하루만 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결정은 시민의 상식으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예산 심사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다. 그것은 정책의 마무리이자 행정의 최종 관문이며, 한 줄의 숫자에도 시민의 일상과 생계가 녹아 있다. 이 중대한 심사를 일정상의 이유로 축소하고, 시민 예산이 뒤로 밀리고 있다면, 그 결과는 곧 신뢰의 균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박종선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이 같은 상황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해외 일정이 중요한가, 시민 예산이 중요한가.” 이 짧은 질문은 단순한 반문이 아니다. 의회의 존재 이유를 되묻는 날카로운 자성이자, 말 없는 시민들을 대신한 공적 외침이다.
의정활동은 간단치 않다. 수많은 이해관계와 절충 속에서 현실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는 일이 반복된다. 그러나 시민이 의회에 바라는 것은 그 모든 복잡함을 뛰어넘는 단 하나, 책임 있는 태도이다.
지금 대전시의회는 갈림길에 서 있다. 지난 3년의 의정활동을 되돌아보고, 남은 1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의회의 변화는 곧 행정의 방향을 바꾸고, 그 변화는 도시의 품격과 시민의 삶의 질로 이어진다.
시민은 조례 하나, 예산 항목 하나, 회의 발언 한 줄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만큼 의회에 거는 기대도 크고, 실망도 깊다. 남은 1년 동안 대전시의회는 혼선과 불신을 털어내고, 책임과 신뢰의 정치를 시민 앞에 증명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 시민도 응답해야 한다. 무관심은 권한을 넘겨주는 것이고, 침묵은 퇴행을 묵인하는 일이다. 진정한 주권자의 자리는 투표함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민이 주인인 의회, 그 당연한 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 지금 이 순간, 함께 응시하고 지켜봐야 한다. <저작권자 ⓒ 뉴스충청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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