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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막걸리가 세계인의 술로 거듭 나기를

충청인 | 기사입력 2011/07/31 [14:52]

[데스크 칼럼] 막걸리가 세계인의 술로 거듭 나기를

충청인 | 입력 : 2011/07/31 [14:52]

고등학교 때 제일 친했던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막걸리나 한잔 하자는 것이었다. 식당에 앉자 “오늘은 막걸리를 먹어보세”하며 주거니 받거니 먹다보니 흥이 절로 났다. 그리고 막걸리 잔 위로 한 장의 그림이 지나갔다.

어렸을 때 우리 할머니는 술을 잘 빚으셨다. 술밥을 찌고 누룩을 섞어서 독아지에 버무린 후 요대기로 싸서 아랫목에 놔두면 술이 되었다. 맑은 술은 떠 놨다가 할아버지를 드리고, 나머지는 잘 걸러서 아버지의 농주가 되었다. 술을 거르시다가 맛을 보시면서 바가지에 남은 술을 내 입술에 대 주시기도 했는데 잘 빨아 먹었다고 한다.

할머니가 떠 주신 한사발의 술을 벌컥벌컥 들이키신 후 된장 찍은 고추를 입에 넣으시며 환하게 웃으시던 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른다. 밀주 단속을 피해 술독을 뒷산으로 가져갔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막걸리는 우리 민족에게는 술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막걸리는 일꾼들의 힘을 돋우는 노동의 벗이었고, 시인을 노래하게 하는 밥이었고, 노인을 봉양하는 우유였다. 우리는 술지게미를 양식 삼아 어려운 시절을 넘기기도 했고, 술지게미로 살림을 꾸린 ‘조강지처’도 만들어냈다.

막걸리는 서민과 함께 한 동기간 같은 술이다. 다행히 막걸리는 가난하고 고단한 서민들을 위로해 주던 값싼 술의 이미지를 벗고, 바야흐로 새로운 시대를 활보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다. 막걸리는 항암효과와 고혈압 심지어는 당뇨에도 좋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막걸리는 막 걸러낸 술이다. 탁주라고도 하는데 탁한 술이라는 뜻이다. 옛날에는 탁백이, 탁배기, 탁주배기, 탁바리라고도 불렸다. 춘향전에는 목걸리라는 말도 보인다. 또 대폿술이라고도 부른다. 대폿술의 대포는 큰 바가지란 뜻이다.

이를 더 강조하기 위하여 왕대포라고 부르기도 했다. ‘대포 한 잔 하세’하면 막걸리를 먹자는 말이었다. 모주라고 부르기도 한다.

막걸리의 도수는 6%정도다. 한 때 막걸리의 도수를 8%로 올렸다가 지하철 노동자들이 취하여 작업에 방해가 되는 통에 다시 6%로 내렸다. 막걸리의 맛은 달콤, 새콤, 쌉쌀, 걸쭉, 담백하나 굳이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시금털털’했다고 말할 수 있다. 아주 옛날과 달리 1960년대 중반에 밀가루 막걸리가 대중화되면서 시금털털한 맛은 강화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달보드레’하다고 하겠다. 이 달보드레한 맛이 여성들에게 인기라고 한다. 할머님은 손맛이라는 말로 표현하셨는데 맛이 다른 것은 재료와 만드는 기술 그리고 술을 삭히는 시간에 따라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쌀이 주재료로 복귀하면서 막걸리의 맛은 경쾌하고 산뜻해졌다. 또한 다양한 맛을 내고 건강을 위한 술을 빚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막걸리는 자가 탁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다가 자가 탁주가 정리되면서 양조장에서 제조하는 생산량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소주와 맥주에 주도권을 빼앗기며 침체기로 접어들었으나 2009년 막걸리 열풍이 불면서 전년도 매출량보다 30%가 증가했다. 옛날에 비하면 얼마나 더 큰 바람이 불어야 옛 영화를 회복할 수 있을 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관심을 가져주고 수출까지 늘고 있다니 자랑할 만하다. 특히 일본에서 막걸리가 인기라고 한다.

막걸리 품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행사도 눈에 띈다. 우리는 그동안 외국 것은 무조건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 음식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것이 아주 많다.

한식의 세계화가 추진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며 우리 막걸리가 세계인의 술로 거듭 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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